네 컵은 네가 씻어

그럼 "잠시 쉬고 있어요" 라고 말하면 될까? 그런데 문제는 현재 내가 쉰다는 게 정확히 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. "그래. 큰일도 겪었는데 당분간은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쉬어"라고 주변에서 말하기에 일단 가장 먼저 잠을 자보았다. 육아는 늘 잠과의 싸움이었으니 가장 부족했던 잠을 자본 것이다. 온종일 누워서 자고 또 잤다. 하지만 뭔가 좀 가뿐해질 줄 알았는데 자도 자도 몸이 편안해지기는 커녕 가슴속은 더 아팠다. 또 눈만 뜨면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. 분명 쉬려고 했는데, 이상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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과연 언제쯤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후회가 덜할까?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자신이 끝낼 시점을 찾는 게 맞겠지만, 그 시작과 함께 계속 실패하는 이유가 아무래도 본인 탓만은 아닌 것 같다면 결국 포기하게 되었을 때 남는 억울함도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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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나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. 세련된 거절을 하고 말리라 다짐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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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또 무엇인가를 다 말하지 못할 것이다. 인생에서 매번 닥치는 상황은 대부분 처음이니까.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이제는 그나마 후회화 아쉬움이 적으려면 어찌해야 할지 아주 조금 알 것 같다. 결국에는 누구보다도 내가 나에 대해 확신해야 한다. 내 생각과 내 선택을 누구보다도 내가 믿어줘야 한다. 그래야 주변에도 무엇이든 당당히 말할 수 있고, 혹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나 자신이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.

 

 

 

 

 

yunicorn