여기 지금 일어나고 있어
1017
내릴 층이 어딘지 모르면서 탄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일단 아무 곳이나 눌렀는데 문이 열리면 뛰쳐나가자 겨우 마음을 먹었는데 열린 문으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에 떠밀려 뒷걸음질 하다 그만 절벽, 절벽인거지
떨어지는 줄 알고 소리를 질렀는데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서 엄마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민망함에 웃어보였던 내 누런 이는 내가 볼 수가 없잖아 그건 엄마의 그 입이 가늘고 길게 찢어지면서 그 안에 겹겹이 나오는 내 얼굴 같은 건데 나는 죽었구나
나와 눈이 마주치는 너도 한번 죽어봐라 네 눈을 찌르자마자 내 눈 이 시려서 뜰 수 없는 눈을 한동안 부여잡고 이게 무슨 일인가 안간 힘을 쓰고 눈을 떴더니, 물속이야 그러고 보니 나는 수영을 못하니까 살려주세여 라고 말하려는데 동그랗게 뭉기어지는 소리들 영영 멀어져 귓구멍까지 밀려들어오는 물
멀뚱히 바라만보고 있는 생선대가리들아 일제히 흐리멍덩한 눈깔을 느리게 굴려 나를 바라봐 손도 없이 나를 짓누르는 시선들 지긋지긋 하게 조여 오는 구나
단념하고 내가 눈을 감는 수밖에 눈을 감자마자 보이는 내 손 내 손 가락 내 다리 내 맨발 아래 바닥 지속되는 장판의 무늬 무늬의 연속 끝에 벽이 벽으로 이어진 벽이 벽 다음 벽이 벽을 따라 다시 이어지 는 무늬 무늬의 연속 끝에 다시 돌아온 내 맨발 내 다리 내 손 내 손가락 끝에 걸린 여기.